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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
스타인카푸스
2014. 3. 18. 15:49
행하자니 꺼름칙하고,
행하지 않자니 무의미한 기다림.
결정을 내릴 때가 한참 지났다고 지인이 내게 말해주었다.
사실이다.
아무리 피하려해도 내게 답은 하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나머지는 그저 스스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그것을 위로하고 싶어했던 핑계가 아닐까.
받는 사람의 입장과 주는 사람의 입장이 너무나도 다르기에 받는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말이 주는 입장에선 할 수 없는 것.
우리는 그 반대쪽의 기분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정말 한결같지 못하다.
그것을 탓하지는 못한다. 왜냐면 우린 모두 그러니까.
그리고 그러지 않으면 우린 스스로에게 충실하지 못하게 되니까.
난 북적이는 곳이 싫다.
줄서는 것이 싫어 줄곧 맨 뒤에 서왔다.
어떤 인식도 인정도 원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묻어버리자.
남을 사랑하는 마음이 반.
남을 사랑하는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반.
이미 반쪽은 죽은지 오래지만 남아있는 다른 반쪽때문에 떠날 수 없었던 것.
떠나려니 마음이 아프고.
남겨두자니 마음이 아팠던 그런 것.
답은 정해져있지 않다고 언제나 그렇게 부정해왔던 것.
답은 이미 정해져있었다.
내가 그것을 보고싶어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만두자.
이제 내 나이는 포기의 미를 알아야하는 나이다.
그저 하나만 기억하고 가면 된다.
난 진심으로 떠나기 싫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