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

왜 나는 한국을 떠난걸까?

스타인카푸스 2008. 7. 28. 04:54

주말을 바라보며 일하고,
주말이 오면 정작 할 일이 없어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정을 바라본다.

그러다 그러다 지치면 한시간 달리고. 그리고 씻고.
그것마저 지겨워지면 수영하러가서 몸을 적시고 오고.
그것마저 지겨워지면 영화를 보다가.
그것마저 지겨워지면 책을 읽는다.

월급을 많이 받아도(솔직히 내 또래에 이만큼 버는 사람이 어디있을까) 계좌의 숫자만 바뀌었을 뿐이고, 할부한 차를 갚을 생각만 앞서고.
그런 자신을 보고 기분이라도 내려고 작은 지를 것을 찾아 백화점을 돌아다녀봐도 뭔가 비어버린 느낌..

친구들을 부러워한다. 돈 잘 벌어서 좋겠다고.
하지만 그것만큼 사람을 불행하게하고 또 충분히있으면 부질없는 것도 없다.

그걸 위해서 난 미국에 온건 아니다. 아니, 아니라고 생각하고싶다. 그렇게 믿어야한다.
그럼 뭘까? 난 뭘위해 미국에 왔을까?

한국에 있었으면 SKY 중 하나는 들어갔을 것이고, 그것이 성에 차지 않았다면 재수를 했으면 원하는 곳에 들어갔을 것이다 (자만이 아니라 자신이라고 믿는다).
군대에 가고 부모님의 원대로 평범한 의사의 길을 걸었다면 시간은 걸렸겠지만 고생하지않고 한국에서 살 수 있었을텐데.

난 그것이 왜 그렇게 싫었던 걸까?

그땐 왠지 그 길을 걸으면 내 속의 무언가가(아마 열정이) 죽는 것 같았다.
지금은... 모르겠다.

그렇다고 내 직장이 싫은건 전혀 아니다. 사실, 아주 좋다.
사회에서 인정받는 직업이고, 회사 분위기도 좋다.
다른 이들로부터 대학에서 사회로의 전환에 힘들어하는 모습은 충분히 봤다.
그에 비해서 난 행복한 사람이다. 별 문제없이 전환이 이루어졌고..
또 정착과 새로운 삶을 찾는 것도 순조롭게 진행되가고 있다.

하지만 모르겠다.
 
솔직히 하루하루가 지루하다. '지루하다'는 표현이 맞지싶다.
매순간 평범한 일상을 벗어난 일이 생겼으면한다.
그러면서도 또 막상 그런일이 생기면 두렵다.

그렇다고 한국에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은 확신이 서지도 않는다.

한국에는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지만, 그 뒤에 쌓인 걱정을 너무 자주 봤기 때문에.
대학에서는 친구/동료였겠지만 사회로 나가는 순간 뿔뿔히 흩어지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 후엔 모두 자기의 삶을 찾아가고 연락하기조차 힘들어지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리고 그 삶이란 나에게있어서 (그리고 다수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지루해할 시간조차 주지않는 새벽부터 야근이란 쳇바퀴란 것을 알기 때문에.

난 대학원에 갔어야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아직 내가 사회에 나올 시기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서둘러 더 기다리기 싫어 뛰쳐나왔고, 또 그것이 성공적이었지만.
어쩌면 난 사회에 나오기 두려워하는 상아탑의 시민에 어울리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할때마다 나는 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했다는 확신이 선다.
나는, 한국을 떠나 미국에 와야하는, 그리고 지금의 삶을 살아야하는 운명을 타고 났으리란 강한 인상이 남는다.


일요일이 지나간다.
주중에 기다리던, 하지만 주중과 전혀 다른 점이 없는 일요일.

이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도 되는걸까?

극히 평범한 저녁준비같은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내가 한심하다.

뭔가 나의 세계를 다시 만들어야하는 필요성을 느낀다.
하지만 그건 필히 지금 세계를 떠나야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리.

"[외국에 다녀오면]감상을 다시 길러야 하고 다시 인사를 배워야 하고 다시 웃음을 가져야 한다." (김승옥 씨의 생명연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