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오랜만에 한글로 글을 적고싶어졌다. 그냥 그러고싶다.
이제 영어로 표현하는게 더 편하지만, 가끔 한글로 글을 적고싶은 것에 약간의 안도감을 느낀다. 몇년이 지나면 지금 남아있는 국어실력마저도 서서히 사라져가겠지.

요즘 내 주변에 일이 많으면서도 없다.

매주 아침에 일어나 물고기 밥주고, 샤워하고 직장에 나갔다 돌아오면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설겆이를 하고, 첼로를 연주하는 내 하루하루.

매주 주말을 바라보며 주중을 살고, 주말엔 예비자 교리를 열심히 나가며 성가대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성당 사람들을 만나는게 내 삶의 작은 기쁨이며 행복이다. 내게 없는 마음의 평안함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 나의 모난 점들이 녹아없어짐을 느낀다.

얕디 얕은 신앙이지만 그래도 나름 성경도 읽고있는데 이번주 토요일에 커다란 공대생의 자격증 시험이 있기에 약간 미루고 있다. 밤늦게까지 책을 잡고, 대학이후로 굳어져가는 머리에 낯익은, 그리고 낯선 공식들을 두드려넣는다.

몸이 피곤해지면 일찍 쉬고, 마음이 피곤해지면 밤하늘을 보러나갔다 오며, 영혼이 피곤해지면 첼로를 연습한다. 마음과 영혼의 피곤함은 점점 누적되가는 듯하다.

우선 지금은 이대로가 좋은 것 같다. 천천히 살며 월급으로 차할부를 갚으며 차근차근 저금해 나가야지. 이것저것에 관심을 가지며 취미를 기르고 가끔 즐거움을 찾아나서고 가끔 쉬면서.

서둘러 갈 필요없겠지. 그래야 내 주변을 감상할 수 있을테니까.

아름다운 삶을 살고싶다. 적어놓고 보니 어감이 상당히 거슬리지만 이 표현을 쓰고싶다. 무엇에도 얽메이지 않은 지금이 내 감성을 기르기엔 가장 좋은 시간이 아닐까.

식물을 하나 키워야겠다. 가능하면 작은, 아담한 식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