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엔 그런적이 거의 없었다만 요즘들어 룸메 한명과 충돌이 잦다.
뭐 양측다 잘못한 것도 잘한 것도 없는 것 같고 그것에는 특별한 변화는 없기에 다른 무언가가 지난 3년 동안 변한 거리라.
쓸데없는 자존심의 대결구도가 만들어지고 그것 때문에 언성이 좀 높아지게 되는 것 같은데 사실, 내가 이 룸메와 대화를 하고 상대를 할 필요도, 이 룸메가 나와 대화를 하고 상대를 할 필요도 없다.
실제로 우리는 전보다 대화가 더 적어졌다. 서로 상대할 이유가 없기에. 그러나 대화를 하게 되는 순간엔 더 서로에게 짜증이 나게 된다. 묘한 아이러니.
분석하자면 새로운 룸메가 한명 왔고, 그 룸메와 전부터 있던 룸메가 자주 어울리게 되며(이것 자체는 전혀 나쁜게 아니다) 전부터 나와는 별로 대화가 안 통했었던 것이 더 대화할 일이 없어지며 전에 있던 토론도 토론으로 넘어갔다면 이젠 토론도 아니게 된 것이 아마 변화지싶다.
서로가 하는 말이 듣기 좋던 말이던 싫던 말이던 짜증은 안 냈던 것이 이제는 그냥 짜증으로 답하게 되나보다.
물론 나의 문제도 있다. 미국적으로 자라서 그런지 하고싶은 말 다하며 특별히 나이가 더 많건 아니건 신경쓰지 않는다. 내 문화권이 그냥 그렇다.
그런 나에게 '형에게 그런 말을 하면 안되지'라 하는 것은 그냥 문화권 차이를 인식시켜주는 것 밖에 안된다. 이건 문화권적인 문제인 것 같다. 그리고 한국적 문화권에 익숙한 나보다 나이많은 사람 둘과 사는 것은 내게 생각보다 쉽진 않더라.
누구의 잘잘못도 아니다. 그저 문화권의 충돌일 뿐.
룸메들이나 다른 사람들과 산 것이 어언 10년 넘었다. 요즘 가장 재미없는 것 같다. 그리고 요즘 가장 '굳이 누구와 살아야하나'란 질문을 던지게 된다. 상대방이 날 그다지 존중해주지 않는다고 느껴지는데 내가 왜 같이 살아야하는지 모르겠다.
이건 내 머리가 커져서 그런걸까 아니면 그냥 본성적으로 그런걸까. 나의 문제가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문화권적인 것이 아니라면 그 문제는 뭘까.
3년 큰 문제없이 살았으면 충분히 잘 살았는 듯.
빈정 상할 이유가 없는데 상하고 싶진 않다.
내년엔 다른 룸메를 구하던가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