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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주저리

2009. 1. 14. 18:39 | Posted by 스타인카푸스
새벽 4시. 일찍 일어났다(일찍 자기도 했다).

고등학교시절엔 이 시각대에 일어나서 숙제/공부했었지.
그러고보니 그땐 참 열심히 한 것 같다.

요즘 직장에서 문제가 많아서 어제는 저녁 7시반까지 점심거르고 일했고, 돌아오니 첼로건 운동이건 하기 싫더라.

25살인데, 젊은데 무엇에 열혈해서 열정적으로 불타오르고 싶은데
벌써 직장에서 불꺼질때까지 일하는 건 좀 아니지싶다...

근데 어쩌리.
데드라인이 머리위에 임박해있고 아직 내 동료중 누구도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데 어쩌리...
위의 위의 보스가 데드라인을 정하니 아랫사람들은 일사분란하게 일해야지.
답이 없다. 다른 사람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모두 해결해야하는 우리 software engineer들, 우리가 뛰어야지.

오늘은 일 좀 하다 7시쯤 출근해서 끝장을 봐야지. 정신이 없다.
할일은 밀렸고, 새해약속은 작심십오일 수준이고..

경기가 안좋긴 안좋은지(회사에 다니면 훨씬 더 쉽게 느낄 수 있다) 어젠 윗층 sales team에서 한 5명정도 잘렸다더라. 나랑 당장 관련은 없지만 그런 소식을 들으면 우울해지는건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다.
모두 가장으로서 집에서 의지하는 아내랑 자식들이 있을텐데. 난 의지하는 사람이 없으니 좋은거라고 생각해야하나?

이런 얘기 계속하면 정나미 떨어지니 다른 얘기를 하자.

아는 분이 내게 대인기피증이 있는 것 같다고 하셨다.
그다지.. 그런가?

사람이 싫진 않다. 사람 만나는 것도 즐겁고, 요즘은 많이 나아져서 만남에 드는 비용과 시간이 아깝지도 않다.
오히려 정확히 따지자면 삶에 약간의 변화가 반갑기만 하다.

천천히 곰씹어보니 난 대인기피증은 아니고, 군중기피증은 있는 듯.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 싫다.
그렇다고 음악회같은 것이 싫은건 아니고 차분히 있기 힘든 군중이 떠들썩한 경기장 같은 공간이 싫다. 데모나 그런 건 더 싫다.

아마, 내가 모르는 사람들과 내가 다른 사람의 얘기에 경청할 수 없는 정도의 노이즈에, 내가 같이 대화하기 힘든 수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이는 것이 싫은 것이리라 (은근히 나도 많이 따지네).
그런 분위기에선 사람들이 많지만 오히려 더 소외된 것 같고, 이질감을 느끼고, 더 외롭게 느껴지기만 한다.

ㅡ_ㅡ 저게 대인기피증의 정의라면 뭐 할말은 없지만.

자, 천천히 일을 시작하자.
이번주 한번 죽어보자.